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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을 기억하며, 김정남,  母 성혜림 모스크바 무덤 옆 안장 원할 것

    [단독]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을 기억하며 (3) "김정남, 성혜림 모스크바 무덤 안장 원할 것"

    © AFP 2017/ Yeon-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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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욱
    김정남 피살 (110)
    156550

    2001년 7월말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이 있었다. 당시 모스크바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테러위협으로 모스크바 거주 한인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잠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레믈린과 그 인근, 야로슬라블 기차역과 레닌그라드 기차역 주변은 철저히 통제되었고 대한민국 국적은 그 주변에서 체포구금 될 수 있음을 대사관과 한인회를 통해 통지되었다. 덕분에 크레믈린 건너편 모스크바 대학교 구관에서 학교를 다니던 필자는 2주가량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김정일의 방러와 모스크바 방문 당시 몇 건의 테러사건이 있었다. 주로 김정일이 탑승한 열차에 대한 테러였는데 그래서인지 러시아 군경의 경계태세는 몹시 삼엄했다. 2001년 8월 4일 모스크바 크레믈린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 전후 김정일, 성혜림 부부와 김정남의 가족간 마지막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쪽의 고독한 독재자와 미모의 병든 아내 그리고 권력에 무관심한 황태자… 그들의 마지막 만남을 뒤로하고 시베리아를 향해 횡단열차는 출발했다.

    2001년 가을 어느 날, 김정남을 잊지 못한다. 오랜만에 본 김정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어머니가 암으로 좋지 못하며 곧 돌아가실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길가에 앉아 담배 피는 김정남은 어머니의 병명을 비로소 말했다. 당시 모스크바는 세계 제일의 전문 암 병원을 가지고 있었고 (의료설비는 세계최악임에도 불구하고) 특수병원들은 상당한 수준의 의료기술과 치료기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도 암에 걸린 성혜림의 생명을 오랫동안 유지시켰던 것도 전문 암 병원의 치료능력으로 보인다.

    지금도 길가에 앉아 담배피던 김정남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아들이었고,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나약한 인간이었다. 한 사람의 아들이며 인간이었던 김정남에게 위로란 "어머니와의 남은 시간을 좋게 보내시라"는 말이 전부였다.

    2002년 5월, 김정남의 어머니 성혜림은 오랜 암 투병 끝에 사망했고, 모스크바 트로예쿠롭스코에 공동묘지에 묻혔다. 묘비에는 한글로 ‘성혜림의 묘'로 표기되었고 뒷면에는 ‘묘주 김정남'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 후 오랫동안 김정남을 보지 못했다. 2005년 한인 타운이 있는 호텔에서 마지막 보기 전까지는…

    마지막 본 김정남은 가족과 함께 있는 듯 했다. 아마도 어머니 성혜림의 묘소를 방문하고 식사하러 들렀을 것이다. 검정치마와 흰 저고리를 입은 여성동무들의 경호?를 받으며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들과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북한사람 십여 명이 호텔로비에 나타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음날 한국 연합뉴스에는 김정남의 모스크바 방문과 호텔 로비사진이 걸렸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정남은 차분해 보였다. 로비를 걸어오는 김정남과 잠시 눈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것이 비운의 황태자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 후 김정남의 소식은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오랜 외국생활, 낙천적인 성격, 카지노와 도박 그리고 여자 등의 뉴스는 권력을 잃고 타국생활을 하는 비운의 황태자에 대한 가십거리였다. 어린 동생 독재자 김정은과 대비되어 타향을 떠도는 부평초같은 인생을 사는 김정남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

    며칠 전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의 사망소식이 있었다. 비운의 황태자, 인류 최악의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김정남은 그 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저세상으로 떠났다.

    만약 김정은이 아닌 김정남이 원래대로 북한을 이어받았다면 한반도 위기와 핵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몹시 안타깝다. 그의 순수함과 낙천적인 성격, 효심은 절대 독재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전쟁국가 북한을 평화로운 북한으로 바꿔놓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무거워진다.

    김정남의 마지막 소원은 아마도 어머니 성혜림이 있는 모스크바에 묻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버려진 국모 곁에 비운의 황태자가 묻히는 것이 인도적이지 않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어로 "담배 있나요?" 물었던 내가 만난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1)

    "내가 만난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의 어머니(성혜림) 사랑은 무척 애틋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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